Day_15
3주 차도 쭉 마감 근무다.
부점장이 새로 오셨는데, 스벅 짬밥만 10년이 넘는 분이다ㄷㄷ
대학생 시절 영화관 알바할 때, 매니저셨던 분과 놀라울 정도로 분위기와 외모가 닮았다.
그분 진짜 츤데레셨는데... 과연 새로 오신 부점장님은 어떠실지 궁금하다.
다음 날부터 새로운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바람에 마감 시프트 리더는 디피에 매진하느라 사실상 둘이서 마감을 진행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보려 했지만 역부족쓰...
결국 15분 추가 연장 근무했다.
Day_16
출근하고 1시간 뒤에 드디어 내부 품질 기한과 부재료 레시피 테스트를 봤다.
못 쓴 것도 중간중간 있었지만, 뭔지도 모르고 글로 외우느라 고생했다며 통과 시켜 주셨다.
암기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걱정했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가뜩이나 출근하자마자 점심때부터 설거지가 밀려있었는데, 테스트 본다고 시간 또 따로 빼는 바람에 제대로 밀렸다.
정~말 정신없이 설거지만 쭉쭉했다.
그 사이에 점장님께서 이제 음료 레시피 외워야 한다며 인쇄물을 가져다주셨다.
하... 보자마자 이걸 언제 다 외우나 싶어 머리가 아파졌다.
각오는 했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ㅠ
그중에 약간 수정된 것도 있고 빠진 게 있다며 슈퍼바이저가 빼곡히 정성스럽게 다 적어줬다.
'아니 뭐 이런 천사가 다 있지?'
갑자기 장난 한번 쳐보고 싶어서 이렇게 열심히 적어줬는데 추노 하면 칼 들고 쫓아올 거냐 물어봤더니 별다른 반응이 없다.
에잇...
믿거나 말거나...
점장님께서 다른 매장 점장님들께 우리 신입은 2주 차부터 혼자 POS 본다고 자랑했다고 하셨다.
다른 점장님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는 건가 싶으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무쓸모 인간이 된 기분을 계속 느꼈는데,
그래도 조금은(?)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ay_17
그동안 근무가 1시간 이상 겹친 적이 없던,
내가 입사하기 전까지 막내였던 파트너 L과 처음으로 같이 마감 근무를 하게 되었다.
처음 인사 나누는 순간부터 '이 사람은 진짜 말투나 표정이 서비스업에 최적화된 사람이다'라고 느꼈었는데,
같이 근무해보니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포지션 스케줄이 백플 마감 시작하기 전까지 쭉 POS였다.
늦게 끝날까 봐 걱정이 많았는지 내가 출근하기 전에 L은 1시간 만에 이것저것 엄청 많이 끝내놨다. (고마워요ㅠ)
부점장님과도 처음으로 같이 근무를 했다.
우리 매장으로 오신 후 첫 마감이었는데, 별로 힘들이는 것 같은 느낌은 없는데 이것저것 많이 해주셨다.
이게 바로 10년 이상 일한 자만이 풍기는 짬바인가?
하지만 이 셋의 조합은 영 좋지 않은 모양이다.
입사하고 POS를 얼마나 붙잡아 봤겠냐만...
어깨 너머로도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케이스를 이날 엄청나게 경험했다.
텀블러 대량 구매를 원하시는 손님, 음료 여러 잔 주문하시면서 하나하나 전부 커스텀 하시던 손님ㅠ
결제 수단 변경을 원하시는 손님, 그리고 정점을 찍은 건 외국인 손님ㅋㅋ
분명 무슨 말 하는 지 다 알아 듣겠는데 말로 설명이 안 되었다.
아무래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다 보니 한국말로도 설명이 잘 안 되는데, 영어로 하려니 머리가 새하얘졌다.
워홀 간접 체험(?)을 해본 셈이었는데, 실제 워홀 가면 어떻게 일 하나 걱정이 앞섰다.
Day_18
출근하자마자 휘핑크림 대란이 일었다.
평소에 손님이 별로 없는 시간인데, 갑자기 손님이 몰려오고...
프로모션 소모품 재고가 맞지 않아 없어진 거 찾느라 정신없는 와중이었다.
휘핑크림에 가스가 부족해 물처럼 나와서 새거를 써도 전부 다 똑같았다.
가스통을 갈아야 하는데 시프트 리더였던 부점장님, 새로 오신 지 얼마 안 되셔서 뭐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셨다.
밀려드는 주문에 나에게 공구 찾아서 교체 좀 하고 다시 전부 다 가스 좀 채워달라고 부탁하셨다.
나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어떤 공구로 교체해야할 지 몰라서 당황했는데 어떻게 해결하긴 했다.
앞 근무자들 퇴근하기 전에 처음으로 다시 가스 넣을 때, 가스 게이지가 바닥인 것 같아 얘기했더니 아무도 안들어줬는데...ㅠ(거봐요 내 말 맞잖아요....ㅠ)
이거로 엄청 시간을 소비하는 바람에 마감 업무가 싹 다 밀려서 제시간에 끝내고 퇴근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전날과 똑같은 멤버였는데, 아무래도 이 조합은 영 좋지 못한 조합인가보다.
출근 전에 조조로 영화 한 편 보고 붕 뜨는 시간에 다른 매장에서 죽치고 레시피 공부를 했다.
공부해둔 거 바로 적용해보고 싶어서 브레이크 때 마실 음료를 처음으로 직접 제조해봤다.
막상 해보려니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져서 레시피 펴놓고 보면서 제조했는데,
무작정 종이만 보고 외우는 것보단 확실히 직접 해보는 게 기억하기 쉬운 것 같다.
Day_19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느덧 금요일이 되었다.
근무를 거의 같이해보지 못한 또 다른 파트너와 함께 마감이었다.
이틀 동안 근무하며 제법 대화 많이 나눴던 L이 말하길,
M과 근무하면 마감 빨리 끝날 거라 해서 굉장히 기대하고 출근했다.
2주 차에 겪었던 마감 타임과는 다르게 3주 차는 이상하게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많았다.
아무래도 월이 바뀌면서 야근을 많이 하는 모양인가보다.
하지만 금요일이라 손님도 별로 없어 한가해서 중간중간 틈나는 대로 마감 업무를 진행해뒀다.
그렇게 이것저것 다 하고도 시간이 너무 남아돌아서 심심할 정도였다.
POS 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 매장은 현금 없는 매장이라 되도록 신용 카드, 페이, 스벅 카드 결제를 유도하는 편이다.
현금을 아예 안 받는 것은 아닌데, 요즘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니나...
정말 나이 드신 분들 아닌 이상 대부분 현금 꺼내는 일도 없거니와 현금 없는 매장이라고 말하면
부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끄덕이며 카드를 꺼내는 분들이 대다수다.
메뉴 고민을 한참 동안 하던 깐깐해 보이는 인상의 젊은 여성 고객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길래
매뉴얼대로 자연스럽게 안내를 드렸다.
돌아온 답변은 "현금 안 받는 거 불법 아닌가요??"
불편함을 호소할 수는 있다 생각하는 데 마스크를 썼음에도 보이는 그 표정이 정말 가관이었다.
우리 매장은 오피스 상권이라 대부분 그래도 교양있는 젊은 회사원들이 많은 탓에 비교적 진상이 없는 점이 장점이었는데,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듯이 모든 일이 순탄치만은 않다.
이럴 경우의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숙지하지 못해
어떻게 응대를 해야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다행히도 옆에서 잘 처리해주셨다.
(몰랐는데 이런 불편함에 관한 기사도 있었네...)
개인적으로 지갑 안 들고 다닌 지도 오래되었고,
현금 자체를 만져본 적도 상당히 오래전이라 미쳐 생각해보지 못했던 불편함이었다.
그 상황엔 괜히 나도 언짢았는데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해 봐야겠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 온갖 짜증과 불만 섞인 그 표정은 한동안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정도의 소소한 이벤트(?)만 있었을 뿐, 정~~말 한가했다.
L의 말대로 M과 함께여서 일이 빨리 끝날 수 있었던 것인지, 손님이 적어서 여유가 있었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10분 일찍 마무리 짓고 퇴근했다.
자주 이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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