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린이 일기

[나는팥린이다] 05_ 팥린이 2주차 '진짜로 잘 하고 있는 거 맞죠?'

Travel_nam 2021. 8. 9. 00:43

Day_9

 

2주 차에는 POS 집중 교육을 받아서 저녁 시간에 백플 마감 시작하기 전까지는 거의 POS 루틴이었다.

여전히 혼자서는 얼타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하루 좀 해봤다고 조금은 익숙해졌다.

POS 무작정 쳐다봐야 키 위치 정도만 익혀지지 직접 손님 응대하는 게 아니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우리 매장은 오피스 상권인 덕에(?) 점심 피크가 끝나면 한없이 한가해지는 매장이다.

종종 몰려오긴 해도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라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한다.

게다가 다른 파트너들은 부지런히 뭔가를 하고 있는데 POS 포지션이라고 해서 POS만 지키고 있기엔 눈치 보인다.

하지만 아직 뭘 해야 할 지 몰라서 상당히 민망한 시간이 계속 흐른다.

마음 같아선 한 명씩 붙잡고 가만히 있기 그러니 POS 지키면서 마감 도울 수 있는 거 하나둘씩 알려 달라고 하고프다.

그렇지만 정작 전날 알려준 것도 까먹었고, 방해할까 봐 섣불리 물어보지도 못하겠다.

 

마감 첫날에는 설거지만 계속하다가 플로어 마감을 하지 못해 점장님이 대신해주셨다.

이제 조금은 속도가 붙어 플로어 청소까지 시간 안에 어떻게든 끝냈다.

땀으로 샤워하고 퇴근했다.


Day_10

 

계속 안 먹어본 메뉴 도전하며 맛을 익히는 중이다.

출근하면서 차이 티 라떼 한잔을 주문했는데, 파트너들이 거짓말 안 치고 전부 'ㅇ_ㅇ' 이런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도 마셔볼까 했는데, 너무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이라 다른 것을 마셨다.

 

점장님과 함께 근무했는데 중간중간 한가할 때 옆에서 내부품질 기한과 부재료 레시피 외운 걸 물어보셨다.

퇴근하고 시간 내서 열심히 외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출퇴근하며 틈나는 대로 외우며 어느 정도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재료인지... 어디에 있는 재료인지도 모른 채 글자로만 외우다 보니 막상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놓고 티 내진 않으셨지만, 점장님께서 답답해하시는 게 살짝 눈에 보였다ㅜ

보통 2주 차에 시험 본다던데, 이 상태론 안 되겠다며 한 주 미루겠다고 하셨다.

 

아직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해서 자꾸 마감 진행이 늦어진다.

사실 30분 휴식 시간 동안 딱히 뭐 할 것도 없고 그냥 바로바로 설거지하고 제시간에 끝내는 게 속 편해서

조금 일찍 끝내고 일하러 들어갔더니 칼같이 30분 휴식해야 한다며 빠꾸먹었다.

 

원래 지하철로 이동하다가 중간에 버스 한 번 갈아타서 집으로 가는데, 너무 힘들어서 처음부터 버스로만 집에 가보았다.

내려서 걷는 시간 제외하고 오로지 대중교통 이동 시간만 따졌을 때, 지하철로는 빠르면 37분 컷이다.

마지막에 버스 한번 타게 되면 1시간 조금 안 되게 걸린다.

버스만 타고 가봤더니...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려서 도착했다.

하하하하하핳... 출퇴근하는 것도 힘들다.


Day_11

 

운동하고 나서부터는 되도록 저녁에 탄수화물을 안 먹으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무조건 하루에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었지만, 대학생이 되며 종종 두 끼 먹는 날도 생겼고

자취하면서부터는 거의 두 끼만 먹는 것에 익숙해졌다.

스벅 입사하고 나서도 휴식 때는 음료만 마시고 하루 두 끼는 유지되었다.

그러나 체력 소모는 더 커졌는데, 영양 섭취가 잘 안 되었는지...

정말 피곤해야만 생기는 목구멍 부근의 구내염이 몇 년 만에 생기고 말았다.

 

※ 눈갱주의 (다소 혐오스러울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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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구내염을 달고 살아서 그 고통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고, 알보칠 고통도 익숙하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알보칠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 같지만...)

하지만 목구멍 쪽에 나는 건 여전히 고통스럽다...

 

당분간 식사와 휴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저녁이라도 탄수화물 섭취 그냥 하고,

하루 세끼 꼬박 챙겨 먹기로 했다.

 

 

샘플 푸드 안 먹으면 다 폐기한다 해서 남은 거 싹 다 해치웠다.

맛은 내가 평가할 수준은 아니지만, 가격은 너무 창렬이다.

단순히 저 두유 브레드(밤빵)만 놓고 봤을 때, 얼마나 좋은 재료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저 가격이면 그냥 뚜레쥬르나 파리바게뜨 가서 더 싸고 큰 거 먹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식 시간이 길면 나가서 뭐라도 사 먹어보고 할 텐데, 30분밖에 안 되어 이런 거로 떼워야 하는 점은 좀 아쉽다.


Day_12

 

집에서 아빠와 함께 있는 게 어딘가 불편해서 평소보다 일찍 나왔다.

시간 여유가 있기도 했고, 피곤이 계속 중첩되는 바람에 좀 자면서 가려고 버스로만 출근을 해봤다.

예상대로 한참 걸려 도착했지만, 그래도 자면서 가니 좀 편하긴 했다.

 

도착하니 파트너분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좋았다.

두 사람이 마지막 근무라서 이래저래 분위기가 뒤숭숭하면서도 업된 느낌이었다.

 

POS 보는 것도 어느 정도 하다 보니 익숙해진 듯하다.

키 위치 아직 조금 느린 것과 휘핑 올라가는 메뉴 주문받았을 때 휘핑 올릴지 묻는 거, 쿠폰 적용 몇 가지만 제외하면

이제 조금은 부담이 줄고 할 만해진 것 같다.

고맙게도 점장님과 다른 파트너들이 2주 차밖에 안된 것 치곤 정말 잘하고 있으니 자신감 가지라고 계속 응원해준다.

처음엔 기분 좋다가도 수직적이고 뒷담화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가는 회사 생활을 몇 년 해와서 그런 것일까?

괜히 비꼬는 말로 하는 건 아니겠지? 싶은 못된 의심도 하게 된다. (아닌 걸 아는데도 자꾸 그렇게 된다ㅜ)

 

잘한다고 해준다고 우쭐해지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계속 배워나가야겠다.

 

피치 & 레몬 블렌디드 벤티

지금은 잠시 들어간 메뉴 '피치 & 레몬 블렌디드'인데, 애기들 마시는 음료수 같은 맛이라 난 별로다...

이렇게 분명 마셔봤는데, POS 붙잡고 있을 때 주문 들어오면 키가 사라져서 우리가 파는 메뉴가 맞나 싶어 멘붕이 온다.

 

금요일 저녁은 이렇게 컵밥으로 배를 채웠다. (먹는 게 남는 거다...ㅠ)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정신없이 출퇴근하다 보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ㅎ